난 지금 암튼 퍼스에 있음.
출항
내가 원양어선을 탄 이유는 지극히 단순명료해. 난 군대를 너무 가고싶었던 넘이였지.
근데, 신검을 받고나니 왠걸 5급인거야. 신체가 부실한것도 아니고, 논리적사고를 못하는 *도
아닐진데, 왜 5급이냐고? 3대 독자거든...-_-
그래서 난 단기사병 대상자였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장기대기로 면제통지서가 날라온거야
누군가는 이런질문을 할수도있겠지.. 그렇게 가고싶은 군대라면 지원을 해서 가면되자나~?
가고싶은 군대이긴한데, 굳이 지원을하면서 까지 가고싶진 않았어 미얀..;;
어째든, 군대를 면제받은 나는 군대만큼 오지게 빡센경험을 하고싶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선택한게
원양어선이야. 주위에서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얄팍한 지식으로 원양어선이 매우 힘들다고 들었거든
그리고, 가따오면 돈도 많이 벌수 있다고 하더라고.. 1석2조 좋차나~~
결심을 굳힌나는 그날부터 정보를 수집했지. 그리고는 그당시 유행하던 지역신문에서 선원모집광고
를 발견하고, 바로 가서 면접을 봤어.
지금도 그러할지 모르지만, 지역신문이나 구인광고에서 선원모집을하는 회사는 99% 소개소야
광고에는 큰회사처럼 선전하면서 마치 해운회사에서 직접 뽑는것처럼 위장치지만, 결국 소개비를
받고, 대리로 모집하는 소개소일 뿐이야. 법적으로 위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양어선을 타러 오는
사람들중 대다수가 돈을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인데, 편법을 이용해서 등처먹는건 좀 야비한거같아
그 소개비가 나중에 본인월급에서 나가거든.. 적은돈도 아니고.. *
그렇게 소개소를 통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통일호 밤기차를 타고 출발했어.
젊음의 힘!! 이것으로만 버티기엔 그때 난 철도없었고, 세상도 몰랐으며, 순진하기까지했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내내, 혹시 나 섬으로 팔려가는겨 아녀? 섬으로 팔려가면 죽을때까지
처 맞음서 육지로도 못나온다고 하든데..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들었어
서울에서 나와함께 같이 배를 타려고 출발한 일행들이 7명인가 8명인가.. 가물가물...;;
모두 다 나보다 형님들이였고, 그중에는 마흔이 훌쩍넘는 형님도 계셨어..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가는 일행들이라 그런지.. 서로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했지
아무래도 세상을 나보다 더 많이 살아오셨던 분들이라 이런저런 애기를 해주셨는데,
자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싶어서 배를 탄다는 그런 애기였어.. 사업도 말아먹고
이혼하고..기타 등등..
보통의 마흔나이에 사회에서 자리잡고, 가정이 무탈하면, 굳이 원양어선을 타러 가진 않겠지..
그래서 배를 타러 오는 사람들은, 참 사연이 많은거 같아. 사회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그 밑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배를 타는것 같아.
아 이건 지극히 내 주관적인 견해이니, 시비걸지는 마. 배를 주업으로 삼고 열심히 사시는분들도
분명히 있다는것쯤은 알고있어 나도.
멀리서 새벽이 오는 여명이 올때쯤, 나를 실은 기차는 어느덧 부산에 도착을 하고, 우리 일행은
소개소 직원를 따라, 어느 회사에 면접을 봤어. 원양어선의 구인란이 꽤 심각했음에도 면접은
만만치 않더라고.
전과가 있냐, 몸에 문신이 있냐, 군대는 다녀왔냐.. 등등 생각했던것보다 까다로웠어
결국 처음 면접을 본 회사에서 나이가 어리고 군대를 안 다녀왔다는 이유로 탈락을 했고,
두번째 면접을 본 회사는 규모가 작은 어업회사였는데, 거기서 무사히 합격을 하고
같이 내려온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어.. 무사히 잘 지내고 꼭 돈 많이 벌으시라고, 그리고
힘내시라고..!!
난 합격만 하면 바로 출항하는줄 알았는데, 출항을 하려면 아직 보름쯤 더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배를 수리하는것좀 도와주고, 이런저런 기본상식을 알아야 한다면서 숙소로 데려가더라고
그 다음날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어업훈련소라는곳가서 훈련을 받기위해 등록을하고, 내가 타는
배를 보러 갔지.
내가 타는 배를 처음 본 그 느낌은, 마치 낯선여인네의 몸을 더듬는 느낌이랄까.. 매우 흥분되고
설레이고, 두렵고, 떨리고..
조심스레 출렁이는 배에 한발짝 내디는 그순간이 매우 짜릿했어, 아 내가 드디어 배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에 바짝 긴장도 되면서
그렇게 일주일 동안은 오전에 어업훈련소에서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배에가서 이런저런 잡일을
하면서 보냈지. 선장님도 처음뵙고, 항해사, 갑판장, 그리고 햇또(?)
난 갑판장이 왠 남자를 자꾸 야! 햇또~ 햇또~ 이러면서 부르길래 저사람 또라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햇또 라는 명칭은 부갑판장쯤 되는 사람이더라고.. 일본어 같긴한데, 정확한 어원이...;;
건강검진도 무사히 통과되고, 어업훈련소에서 훈련도 수료하고나니 선원수첩이 나오더라고
이걸로 위급시에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여권도 된다고 하니.. 마치 머가 된거마냥 으쓱해지는 기분;;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지..ㅋ
출항날짜가 결정되자. 제일 걱정되는게 그녀 였지, 사실 배타러 오기전부터 눈물 쏟아내면서 말렸는
데, 내 인생 내가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싶다고, 우기면서 온거였거든
그 날 저녁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며칠 후 출항하니, 나 잊고 열심히 살아라.. 좋은넘 있음 빨리
만나고.. 라면서 그녀를 위로했는데
그 다음날 그녀가 부산에 온거야. 죽으러 가는 사람도 아닌데, 그녀는 펑펑울면서 나쁜넘이라고
너 가면 다신 안본다고, 번화가 남포동 거리에서 주저앉고 우는.. 마치 영화처럼 말이지 -_-
차분히, 그녀에게 어차피 군대가는 셈치면 되지않겠냐, 군대는 2년6개월지만 난 1년만 가따온다
군대보다 짧지않냐~ 라는 개드립으로 그녀를 설득했고.. 그런 설득에 감동했는지
그녀는 친히 나를 모텔로 인도해 주셨어 -_-;;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군대에 군담배라는게 있자나 국방색 띠로 되서 [면세] 라고 붙어서
나오는 담배, 그게 외항선원용도 나오더라고.. 그리고 면세 ㅋ
그때 외항선원용 담배로 판매되던 담배가, 88 / 디스 / 글로리 / 한라산.. 군담배와는 다르게
주황색 띠로 되있고, 외항선원용이라 찍혀서 나와. 일단 가격이 참 착해 ㅋㅋ
회사에서 담배 얼만큼 필요하냐고 묻길래, 88 한박스를 주문하고, 장기간 항해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항해사와 같이 자갈치시장으로 나갔어..
외항선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사는걸 [사시꼬미] 라고 불러, 이 역시 일본어인데, 뜻은 몰라 나도
빤스 30개, 난닝구 30개, 츄리닝, 반바지, 칫솔, 면도기... 기타 등등.
두손에 한짐가득 샀는데, 항해사는 픽.. 하고 웃더라고, 아주 나중에 안거지만 그런거 다 필요없었
어... 역시 경험이란 무서운거야.
그날 무사히 만선을 기원하면서 우리가 타는 배에서 제를 올리고, 낮부터 시작된 술자리가 밤늦게
까지 이어졌어.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들어보는 전화바리..-_- 라는것도 경험하고
아 이건 순전히 술김이라는 비겁한 변명을 할께..
그렇게 출항날이 다가왔고.. 나를 실은 500톤의 [진양호] 는 천천히 부산항을 출발했어..
2부는 여기 까지..
3부에서는 더욱더 흥미진진하고 스펙타클한 애기로~
3부를 시작하기 앞서, 먼저 지리공부를 잠깐 하자고 횽아들.
통상 우리가 알고있는 1마일의 거리는 약1.6km 정도야.
왜 야구경기에서 꿈의100마일 하면서 박찬호가 100마일을 던졌네 어쩌네 그랬자나.
그게 바로 160km 의 속도지.
1마일과 = 1해리는 같은 개념이야. 육지에서만..
바다 1해리는 약 1.8km 정도로 육지보다 조금 넓지.
국가가 "우리나라 바다는 여기서부터 저까지야." 할때는 육지끝에서 200해리까지야.
우리나라 기준으로 하면, 독도에서 동쪽으로 200해리까지가 우리나라 해양영토라는 말이지.
근데, 우린 일본과 가깝자나.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중간정도 되는 지점쯤에
서로 경계구역을 정해놓지. 그걸 "배타적경계수역" 이라고 불리는거야.
왜 일본이 독도를 그토록 자국영토로 편입하려는지 알겠지?
독도가 일본영토로 편입되는순간, 대한민국 동해의 바다영토는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한거야.
근데, * 이런건 안가르치고, 영어 수학 에만 죽어라 공부시키는 개너므자식들..
아 갑자기 흥분되네...-_-
어째든 3부 시작..!
출항전에 한 보름정도 숙소를 같이 쓸때만해도, 항해사나 갑판장이나 햇또나 그다지 무섭거나
위압감을 준다거나 이런 분위기가아니였어.. 머랄까 그냥 동네에서 흔히볼수있는 형들정도?
허나, 그건 다 위장술에 불과하다는걸 배가 부산항을 떠나고 10분도 안되서 느껴버린거지.
출항전에, 사람들에게 욕이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면, 배를 안탄다고 할까바 그다지 터치를
안하더니 막상 배가 출항하고나자마자 바로 반말과 욕설이 바로 텨나오더라고..;;
자꾸 군대랑 비교해서 좀 그렇긴 한데, 군대는 그래도 나이먹고가면 대접이라도 해준담서?
고기배는 * 그런거 없어 -_-
철저하게 계급이고, 반말과 구타는 그냥 옵션이야.. 나도 눈물나게 맞아본적도 있고.
이애기는 추후에 다시쓸께
어째든 배가 출항과 동시에 우리가 탄배는 대한민국에서 정확히 반대쪽에 있는 남태평양의
아르헨티나로 향했지. 남태평양하면, 대충 감이오나 횽들?
시속 10노트 내외의 원양어선으로 하루24시간 쉬지않고 내달려서 45~50일 정도 걸리는
동네가 바로 아르헨티나야..ㅋ
보통 우리의 상식으로 아르헨티나? 하면 비행기타고 하루면 가는동네 라고 생각하자나. 그 동네를
무려 45일에 걸쳐서 가는거야.
얼마나 지루하냐면 보통 배에서 깡깡이(녹슨부분을 벗겨내고 새로 패인트를 덧칠하는것)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아르헨티나 갈동안 배가 새거로 변해 ㅋㅋ 환장할 노릇이지.
도데체 어떤 물고기를 잡는데, 거까지 가냐면 바로 "오징어" 를 잡기위해 가는거야
오징어? 동해에서도 많이 잡히자나~? 하고 의문이 드는 횽아들 물론 있을줄 알어,
허나, 우리가 모르게 오징어는 다양하게 쓰이더라고, 대표적으로 여자들 화장품에도 쓰이고,
가축의 사료로도...
그 오징어의 대표적 어장이 바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있는 남태평양이야. 갸들은 오징어
안먹어서 우리나라 선단들이 그쪽에서 많이 어획을 해.
한국에서 남태평양을 갈때, 적도를 통과하거든, 적도근처의 바다가 얼마냐 더운지 지금도 안잊혀져
평생 그런더위는 아마 다시 겪기 힘들거 같아, 딱 빤스만 하나입고 갑판위에 있어도 땀이 좔좔
흐르고, 잠을 못잘정도로 미치도록더워..
원양어선의 시설은 매우 열약해, 선원들 잠자리도 딱 한명 들어가서 누우면, 뒤척일 공간도 없을만큼
정말 협소해. 그런 더위에서 옆에 누가오면, 사람이 내뿜어내는 열기조차도 짜증이나, 그래서
자연스레 피해..-_-
왜 신영복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을 읽어본 횽아들은 연상할 수 있을거야. 감옥이나
배안이나 별반 다를게 없으닌깐
아.. 정말 하고싶었던 애기가 있는데, 바로 멀미..!!
내가 멀미를 한달넘게 했어, 멀미 해본횽아들 그 고통알지? 머리속에서는 수박만한 돌덩이가
지나다니고, 속은 바퀴벌레 수백마리가 내장을 헤집고 다니는 그 환장하고 미치는 증상..
그걸 무려 한달을 넘게했어 -_-
그렇지않아도 걱정이 되서, 떠나기전에 귀때기에 붙이는 멀미약 << 알지??
햐.. 이거 그냥 말하면 다 알텐데, 머라 표현할 방뻡이음네..
나름 준비한다고 준비를 했는데, *.. 그딴거 다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되 ㅡ.ㅡ
강 밥먹고 토하고 밥먹고 똥물까지 한번 쏟아내고.. 이 심오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닌깐..
어느세 내가 바다의 출렁거림과 하나가 되어 있더라고..
나중에는 바다의 출렁임에 맞쳐셔 똥쌀때도, 그 스므스한 리듬이 맞쳐지는 경지에 올라서..ㅋ
넓디넓은 대해에서 달리는 배의 난감을 부여잡고 똥싸는 기분~ 횽들 모르지?
그 쾌감과 스릴은 느껴본자만이 같는 우월함이야ㅋㅋ
부산을 출발할때 2월말이였는데, 목적이 오징어어장에 도착을 하니 4월인거야 벌써..
1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오징어배는 굉장히 밝은등을 키고(집어등) 오징어를 배주위로 유인한다음
조상기란 기계를 이용해서 어획하는 시스템이야
http://www.ddanzi.com/ddanzi/cheditor/attach/1zktz6zf1.jpg
위 사진은 연근해선으로 조금 규모가 작은배인데, 머 대충 이런배가 좀 크다고 생각하면되
사진에서 보이는 노란롤러밑에 있는게 조상기란 기계인데 [잘 안보임..;;] 낚시줄에 야광찌를
묶어서 수심 100~200m 정도 까지 내려가서 오징어를 낚아 올리는거지..
목적지인 오징어어장에 도착을 해서 본격적으로 오징어를 잡기 시작했어.
한국을 떠나오면서, 미리 미리 교육받고 머리속으로 시물레이션도 그려봤지만, 역시 실전에 돌입
하니, 이게 뜻대로 안되더라고.;; 출렁이는 바다위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낚시줄끼리는 서로엉키고
오징어가 올라오면서 먹물티기고,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빨판으로 서로 꼭 끌어안고..ㅠ.ㅠ
막상 실전에 돌입하니, 역시 서툴고 어려웠어.. 무엇보다 집어등의 그 열기가 죽을맛이야..;;
내가 탄 배는 집어등을 거의 다 켜놓고 작업을했는데,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살이 탈정도야
무더운 나라에서, 그 뜨거운 집어등의 열기와 싸우며, 하루하루 오징어란넘과 사투를 벌였지
이때까지만해도, 난 모든게 신기하고 재미있고 즐거웠어..
오징어 어장의 성어기가 보통 5~7월까지야.. 그 석달을 작업하려고, 왕복 석달을 바다를 가로지르며
대양을 넘다드는걸 보면, 참 인간이 대단하다 싶기도해..
배를 타면서 참 적응하기 힘들었던게, 먹는거였거든, 원양어선은 쌀과물고기를 제외하고 몽땅 냉동
식품이 부식이야.. 냉동김치 해동해서 먹어봤어..? 이건 * 김치도 아닌것이 김치같기도하고..
싱싱한 채소는 감히 꿈꾸기도 힘들고..냉동파, 냉동양파, 냉동마늘 등등등.....................;;;;;;
점점 내몸이 냉동으로 굳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
배에서는 식수와기름이 생명과도 같아.. 먹는 식수는 바다물을 끌어올려서 기계로 정화시켜서
그걸 식수로 사용하지 맛?? 조깟지. 아주 그냥
그런 물도 함부로 쓸수가 업어, 하루동안 식수로 정화시키는 양이 얼마안되서, 먹는걸 제외하고는
그 어떤 다른용도로 식수를 함부로 쓰면안되, 빨래 목욕 죄다 바닷물로 하는거야
바닷물로 샤워해본적없지? 일단 일반 비누는 거품이 나질않아. 그래서 배에서는 비누를 안써
빨래, 목욕 모두 샴푸를 이용해서 해. 근데, 바닷물로 씻으면 개운함이 없어.. 그 미끄덩거리는
삼푸기가 가시질않아.. 그래서 씻고나도 찝찝하지..;; (아 이빨딱을때는 일반식수 쓰긴해)
부산에서 떠나올때 비누 한빡스 사왔는데.. * ㅠ.ㅠ;;
잡은 오징어는 펜(사각형태의 쇠로만든 틀)에 다대(보기좋게 담는것)를 해서 급냉(급속냉동창고)에
넣고, 5시간후에 꺼내서 다시 어창으로 옴겨넣지.. 그렇게 어창이 꽉차면 운반선이 와서 전제를 해
고기배가 운반선에 잡은고기를 넘겨주는걸 [전제]라고해.. 그렇게 한번 전제를 해주면 전제비라고
해서 따로 돈이 나와, 그걸로 선원들이 술도 마시고 하는거야.
이 시스템의 무한반복이야, 그걸 석달동안 기계처럼 매일 하는거야.
한달이 지나면서 슬슬 외로움과 그리움이 생기기 시작했어..
밤이면 밤마다, 내가 아는 모든사람들을 밤하늘위에 띄어놓고 대화를 하는 버릇이 생기더라고..;
눈뜨면 어딜봐도 항상 같은 풍경과, 하루 24시간 늘 같은사람과, 기계처럼 반복되는 작업등..
외로움이 안생길래야 안생길 수 가 없는 구조지.. 게다가 너무 멀자나 한국하고는
그렇게 외로움에 지쳐갈쯤에, 신선한 경험을 하게되지..
두둥.. 3부는 여기까지..!!
4부예고~ 니들 백마는 타보고 글질하냐~~?
투비 컨비뉴~~
가급적 연재질을 안하고싶은데, 워낙 오랜된일이라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해, 그래서 한편 한편 쓰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고.. 횽아들의 이해를 구할께~
오늘은 먼저, 배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간단히 적고 시작할께,
배의 선수 (bow) : 이물
배의 선미 (stern) : 고물
배의 우현 (starboard)
배의 좌현 (port)
브릿지 (항해실 : 주로 선장실과항해사가 배의운항을 하면서 배의 모든지휘를 하는곳)
갑판 (deck) 배의 상층에 철판 또는 나무로 깔아놓은 평평하고 넓은바닥, 원양어선에선 "데끼"
라고 쓰임
스라게 (물건 또는 줄 등을 내릴때 쓰는말, 보통 천천히 내리라는 의미임)
마게 (물건 또는 줄 등을 올릴때 쓰는말)
급냉 (급속냉동창고, 영하50도의 온도에서 고기를 급속히 냉동시켜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설)
어창 (잡은고기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 배의 밑부분에 있으면, 넓다)
이정도가 원양어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들이야.
그 밖에도 많은 용어들이 있으나, 너무 전문적인 단어들이라 굳이 쓸 필요가 없을거 같아서 생략
할께, 대신 링크를 걸어놀테니 깊이 파고 싶은 횽들 있으면 한번 둘러봐
http://blog.naver.com/henryzkim?redirect=log&logno=30001692007
자.. 4부를 시작해 볼까~
무더위와 외로움과 고된 노동으로 하루하루 지쳐갈 무렵 뜻하지않는 사건이 일어났어
우리가 탄 배는 70년대 일본에서 건조된 배인데, 그 배를 회사에서 사온거야..
통상 어선의 수명을 30년으로 본다고 하는데,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아주 낙후된 배라는거지
무리하게 운행했던 탓인지, 배의 엔진이 고장난거야.. 기관장이 한참을 수리를 했는데도
결론은 육지로 가야한다는 쪽으로 내려지고, 우린 생각지도 못한 육지를 방문하는 기회를 얻은거야
참고로, 원양어선은 육지로 가는 경우가 제한적이야. 고기를 잡는게 목적이니 만큼, 육지를 갈 일이
없는거지.. 생각해바 육지에 물고기가 있을리가 없자나.
태어나서, 외국이라곤 단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넘이, 가까운 일본 동남아도 아니고, 지구반대편
아르헨티나 라는 나라를 가보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무척이나 설레이더라고..ㅎㅎ
배가 천천히 육지로 향하는데, 항해사가 나에게로와서 빙긋 웃으며 한마디 던지더라고..
"막내야~ 너 백마 타본적있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여??
"아..자식아 외국여자랑 떡쳐본적 있냐고 임마..!!"
"아뇨... 제 나이가 몇인데, 그런 경험이 있겠어요..;;;"
"임마.. 나이어리면 씹도 못하냐..-_-"
라고 다소 자극적인 언어로 나를 몹시 궁금케 하더니, 픽 웃으면서 브릿지로 들어가버렸다.
여기서 잠깐 항해사 라는 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할께.
고향이 주문진인 그 항해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봐온 그 어떤 사내보다도, 굉장히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야.. 난 같은 남자로써, 그 항해사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몸을 지금까지 본적이없어
원양어선을 15년정도 탔다는 그는, 마구로배, 꽁치배, 오징어배, 유자망 등등.. 각종 어선의 경험이
다양했고, 그 경험의 산물인지. 그의 몸은 정말 딱 필요하고, 알차게 만들어진거지
약처먹고, 근육뿔린 그런 몸들하고는 비교자체를 거부할만큼 그의 몸매는 가히 조각품 이였어 +_+
배를 도크에 대고, 밀린 빨래와 청소등을 하고 있을 무렵, 배 안으로 왠 외국여자들이 올라오는거야
원래 배는 속설들 참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배는 여자를 태우지않아. 여자가 함부로 올라와서도
안되고, 그런 배에 외국여자들이 우루루 몰려오더니 브릿지로 가서 항해사와 농담을 하면서
웃는거야.. 언뜻 들어도 영어는 아닌것 같은데, 항해사는 유창하게 그녀들과 대화를 하더니
손가락 검지로 나를 지목하더라고. 그러더니, 여자일행중 한 여자가 나에게로 오더니 팔장을 끼고는
"컴~온. 컴~온" 이러는거야.. 이게 먼 일인지 어리둥절 하고있는데. 항해사가 나를 부르더니
500달러를 주면서 "가서 담배 몇보루 가지고 저 여자 따라가" 하더라고..
난 시키는데로, 내 숙소로 가서 담배 10보루를 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그 여자를 따라 나섰지..
어딜가는지 매우 궁금했지만, 머 말이 통해야 대화를 주고받을텐데.. 이건 머 당췌 난감하기만
한거야. 한 20분 걸었을까..? 한국의 아파트 보다는 작은 건물인데, 그 건물안으로 그녀는
나를 팔을 잡고 들어오라는데.. 겁이난건지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해맑게 웃으면서 "컴~인"
거리며, 양팔을 벌려 웃더라고.. 난 그녀의 그 해맑은 미소를 믿기로 했어.
낯선 여인의 집에 방문한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며 뻘쭘하게 앉지도 서있지도
못하는 어쩡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녀가 손짓으로 나를 부르더니 씻으라고 말하는거 같았어
마치 한국말로 "샤워해~~" 라고 말하듯이..
근 석달을 찝찝함을 느끼면서, 바닷물로 씻어야했던 나는, 오랜만에 뽀드득거리는 샤워를 하고나니
너무 너무 좋더라고.. 실로 감격에 겨울만큼 ㅎ
깨끗하게 씻고 나오니, 그녀가 궁금하기 시작해졌지. 용기를 내서 물어봤어 그녀에게
"왓쳐네임~~?" 그녀는 짧게 웃으면서 "이사벨라"
그때부터 난 그녀를 "헤이~벨라" 라고 불렀지.
문득, 궁금해지는게 이 여자가 몸을 파는 매춘부인지, 아님 숙소를 제공하는 숙박업자인지.
머 말이 통해야 물어라도 볼텐데, 당체 말이 안통하니 답답해 죽겠더라고.. -_-
머리속에서 어떤여자인지 한참 추리를 하고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옷을 벗더니 샤워하러 들어가는
거야.. 그것도 내앞에서 서슴없이;;
조금 후 다 씻고 나온 그녀는, 하반신만 타올로 감싸고 크고 이쁜 가슴을 드러낸체 나에게로 다가와
나에게 물어보듯이 말하는거야, 역시 그 거부하기 힘든 미소와함께.
"너 외로웠지~? 누나가 이뻐해줄께~~^^" 라고 말하는거 같았어
역시 몸으로 나누는 대화에는 언어의 장벽이란건 필요없었어. 20대 초반의 팔팔한 남자의 끌어오르
는 욕구를 그녀는 착실히 받아주었고.. 그 갈증을 해소하고나니, 세상을 다 얻은것처럼 너무 좋은거
야. 그동안의 외로움을 한방에 날려버릴만큼이나.
거친 *가 끝나고, 그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내 똘똘이는 보더니, "큐티~큐티~ㅋㅋㅋ" 하면서
웃는거야... 아 오해는 하지마 그렇다고 내꺼가 작다는건 아니야 -_-;;
다음날 그녀와 난 배로와서 밀린 빨래를 들고 그녀의 집으로 가서 빨래를 하고, 그녀와 함께
아르헨티나 어느 소도시의 거리를 구경하러 다녔지,
신기했던게, 거기도 수박이 있더라고..ㅋ 내가 수박을 참 좋아하거든 오랜만에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사서 그녀집으로 가서 밥도 해먹고, 즐겁게 지냈지만 너무도 아쉬운건 대화가 통하질
않는다는 점이였지.. 그녀의 그 맑은 미소에 담긴 애기를 듣고싶었는데 참 답답하기만 하더라고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거 같아.. 안타깝게도 우리배가 수리가 다 되고, 이제 또다시 바다로
나갈 시간이 다가왔어.
나에게 행복한 일주일을 선사해준 그녀에게, 난 어떤식으로 보답을 해주고 싶었고, 배로가서
항해사한테, 부탁을 했지
오백달러와, 양주 두병, 그리고 몇보루의 담배.. 그리고 내가 차고있던 목걸이..
행복을 선물했던 그녀에게 보잘것없는 적은가치이나,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이 그것말고는 없더라고
배가 떠나는 날 그녀는 친히 항구에까지 나와서 나에게 그 거부하기 힘든 미소로 작별인사를
건내 주었고, 나도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어... "굿바이.. 이사벨라..."
또다시 우린 무더위와 거친 노동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오징어를 먹으면
사람이 아니다~ 라고 오징어에게 분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지..
그렇게, 오징어 성어기가 끝났고, 우린 꽁치를 잡으러 북태평양으로 배를 돌렸어
한달반을 지루하게, 달렸으니 또 그만큼 지루하게 가야겠지.. 아 지겨워...
드넓게 펼쳐진 바다 저끝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선수에서 바라보면, 자연의 위대함을 알게되
배를 타면서, 종종 선수에 혼자서서 (마치 타이타닉의 한장면처럼) 떠오르는 태양을 보곤했는데
참.. 자연의 위대함이란 그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힘들만큼 아름답고 장엄하며, 경이롭기까지해
가끔은.. 정말 아주 가끔은 그 때 그시절로 돌아가서 다시한번 배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 너무도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래도, 그 바다끝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다시 한번 보고싶어..
4부는 여기까지야 횽들..
5부에서는 본격 꽁치잡는 애기로~
이 글은 원양어선 씨리즈의 마지막입니다.
나름 경험에 충실한 글을 올리려 심혈을 기울렸지만, 시간의 갭이 워낙 커서인지, 자잘한 기억마저
끄집어내질 못해서, 이쯤에서 마무리 할까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 딴지횽아들에게 감사의마음을 전합니다.
5부.. 후회
오징어와의 사투를 마친 후 우리가 탄배는 왔던길을 거슬러 다시 북태평양으로 향했지.
올때 한달반이 걸렸으니, 갈때도 그만큼 걸릴거라는건 이미 예상하던 바였지만, 그래도 참 지루하던
시간이였어.. 다행인건 북태평양은 그다지 덮지 않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될뿐..
항해사의 입에서 나온말은 우리를 긴장 시키기 충분했지.
"꽁치 잡는 순간부터 죽었다고 생각해라.."
오징어 잡을때와 꽁치를 잡을때는 시스템이 완전 틀려.. 아무리 바빠도 오징어를 잡을때는 잠은
꼬박 꼬박 잤었지만, 꽁치를 잡을땐 정말 초죽음 직전까지 도달해.
"전원공격. 전원수비" 이 한마디로 정의 하면 쉽게 이해 할까 횽들이..?
바닷속의 고기는 돈이 아니자나, 그걸 잡아 올려야 돈이지. 고기배의 목적은 고기를 잡는거고
고기를 잡기위해서는 잠을 잘 수가 없어, 적어도 꽁치배는 그래..
간략하게 꽁치를 잡는 방식을 설명하자면
해가 지고난 후 어두운 망망대해를, 배의 선수와 포드/스타포드(배의 좌우현)에 달려잇는 대형
서치라이트로 바다를 비추면서 천천히 미속으로 전진을 하지.
그럼 그 불빛에 반응하는 꽁치가 바다위를 솟구쳐.. 이모습이 사실 장관이야,
그럼 배를 정지시킨후, 천천히 서치라이트를 이용해서 꽁치를 배 근처로 유인해오지.
어느정도 배에 꽁치가 몰렷다싶으면, 배의 우현에서 대형 그물을 바다에 넓게 퍼트리고, 꽁치를
가두는거야. 그리고는 그물을 조여서 꽁치를 그물안에 싸고나면, 피시펌프를 통해서 쭉 빨아들여
그럼, 고기는 데끼(갑판)로 바닷물은 다시 바다로..
그렇게 한번 그물에 잡히는 꽁치가 대략 40톤 이상이지.. 원양어선은 원근해어선과 달라서 잡은고기
는 바로 배에서 처리를 해야해, 잡은 꽁치를 10kg의 종이박스에 보기좋게 담아야하지 이걸 [다대]
라고 불러, 그 다대를 다하면, 급냉으로가서 약 5시간정도 급속냉동을 시키지, 그 후 급냉에서 꺼내서
다시 어창으로 보관을 하지. 꽁치 50톤이면 10키로 박스로 5천개야. 그걸 30명 정도의 선원들이
처리를 하는거지, 아침 해뜨기전에 꽁치를 뜨면, 그걸 다 처리하면 이미 해가 져있어.. 그러니 잠을
잘수가 없는거야.
인간이 극한의 상황속에서 얼마나 위대해 지는지 난 거기에 몸으로 체험했어.
영하 50도의 급냉창고에 딸랑 고무장갑끼고 들어가서, 이마에 땀이 나도록 일한다면, 횽들 믿어져?
24시간 단 1분도 못자면서, 3~4일을 내리 일한다면, 과연 상상이 갈까?
로프에 몸을 묶은체, 10미터가 넘는 파도를 맞서면서, 그물을 땡기는 그 치열한 삶의현장을 형들은
본적이 있을까..?
담배를 하루에 서너갑을 피워대고, 커피를 사발로 처먹어도, 그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는게 정말 고통
이야. 다들 돈이 목적이기 때문에 꽁치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잠을 떨쳐내면서 꽁치를
잡아야 하는 사실이 슬픈거지..
그렇기 때문에, 뱃놈들은 자연히 거칠어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야.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말에
나는 상당히 동의해, 물론 그 환경을 선택하는건 사람이긴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뱃사람 하면 가지는 선입견이.. 아 마도로스. 화끈하고 화통하고 사내다운..
머 이런거자나..? 근데 * 경험에 의하면 저건 다 환상이야
육지에서야 그렇게 보여질수도 있지만, 적어도 바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
조금이라도 내몸 편하기위해서, 남의 눈치를 보게되고, 이간질을 하며, 거짓말까지도 자연스레
하게되, 그러다보면 싸움은 필연적으로 발생하지.
같이 배를 탔던 형님중에, 좀 특이한 사람이 있었어. 이름은 지금 기억하지 못하지만..
처음 배를 탈때만해도, 그 형님의 인상은 참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오더라고, 그게 본성인지 극한의상황에서 나온 자기방어기재 인지는 지금도 의문이긴해
어째든, 유난히 농땡이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그 모습에 화가난 햇또는 작업도중 그형님에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서로 칼과 낫을 쥐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대치한 상황까지 간거야
근데, 신기한건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거야, 정말 그 누구하나..
몇개월을 그 작은공간에서 같이 동거동락하는 사람들이,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낸 그런사람들이
싫어하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니, 나몰라라 하는거야.. 사실 나역시 침묵을 지키긴했어
싸움은 햇또의 사과로 마무리 됬지만, 그렇다고 햇또가 선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건 아니야
강한자에게 참고, 약한자를 눌러버리는 그 인간 본연의 가장 더러운 모습이 그 안에서도 있던거지
그런 형님들은 모습이 한동안 날 우울하게 만들었지. 그 이후 꽤 오랜동안 난 말을 잘 하질않았어.
8월~10월 북태평양의 꽁치를 잡는 성어기야. 이 석달안에 최대한 많은 꽁치를 잡아야 되지
이 석달동안은 정말 씻는 시간마저 아까워, 얼마큼 빠르게 잡은 고기를 처리하냐에 따라서
어장을 이동하는 그 잠깐 시간에 잠을 자는 시간이 주어지는거지..
선장이 "잠깐 눈좀붙여라" 라는 말이 떨어지면, 씻고 옷갈아입고,, 조 또 이런거 없어
그자리에서 바로 누어서 처자는거야. 누군 그냥 그물위에서 처자고, 누군 종이박스를 배게삼아 자고
또 누군, 바닷물이 흥건하게 젖어있는 데끼바닥에 그냥 쓰러져 자고.. 온몸에 꽁치비늘이 가득하고
토할거 같은 비린내가 온몸에 진동하지만, 잠을 자야하는 본능을 그따위걸로 막을수가 없어
가끔 작업을 하기힘든 폭풍우가 오면, 피항을 가지, 일본열도의 제일 가까운 3해리 까지 피항을 가는
데, 눈좋은 사람을 저멀리 지나가는 차도 보이고, 사람도 보이거든.. 그럼 또 미치는거야..
육지가고 싶어서, 꽁치를 잡을땐 오로지 딱 하나만 생각해, 빨리처리하고 자야.. 제발좀 자자..!!
근데, 여유가 생기면 생각이 많아져. 그 때 생긴 버릇인지 모르겟지만, 그 후 난 고민이 생기면
*듯이 일을해, 그래야 잡생각이 없어지더라고..
바닷속의 꽁치를 모조리 잡을것같이 하루하루 꽁치를 잡다보니, 어느세 11월달이 다가온거야..
근데, 정말 희얀하게, 엊그제까지 그많던 꽁치가 11월이되니 거짓말처럼 없어지기 시작했어..
마치, 마술사가 손안에서 카드를 없에듯이.. 정말 참 신비롭지 자연은..?
참 많을 일들을 겪고, 때론 분노하고, 때론 실망하며, 한편으로는 이 엄청난 과정을 겪어내온 내가
기특하기도 했어..
배를 한국으로 돌리고, 한국으로 오는 일주일동안 내가 출항했던 순간부터, 그때까지의 모든일들을
머리속에서 천천히 리와인드 시키면서, 곱씹어 봤지..
누군가는 나에게, 어린놈이 참 기특하네.. 하면서 칭찬을 할 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대한 환상과 꿈이 가득했던 나에게, 인생의 선배들이 보여준 인간의 본성은 참 실망스러웠어
앞으로 한참을 더 살아가야하는 청년에게는 그 일년의 경험들이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던거지..
살아오면서, 후회라는걸 별로 해보지 않았지만, 그 때 그 선택은 아직도 후회로 남아..
어차피 나쁜건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알게되는게 세상사라지만, 그게 내 선택으로 인해서 경험
했다는건 여전히 후회로 남아..
누군가에겐 특이하고, 재미있고, 다양한 삶의경험으로 들리겠지만..
무사히 배가 한국으로 돌아왔고, 나와같이 배를 탔던 형님들중 한분은 아직까지 소식을 전하면서
잘 지내고있지.. 아주가끔 만나면, 소주잔 기울이며, 그 때 그 이야기를 할것같지만
막상 만나면, 누구도 먼저 그 애기를 선뜻 꺼내지 않아..
아마 서로가 가지는 감정들이 비슷했던 모양이야..
여기까지야..횽들 고마워
출처: 딴지일보 작성: 동네쩌는형